우리아빠

조회 1989 | 2016-05-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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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부인을 먼저 보내고 작은 철공소를 운영하면서 혼자 딸을 키우는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아침부터 꾸물꾸물 하던 하늘에서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술학원이 마칠 시간이라는 것을 떠올린 아버지는 서둘러 작업장을 닫고 우산을 챙겼습니다.

딸이 다니는 미술학원으로 달려간 아버지는 학원 문 앞에서 멈칫하며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습니다.
기름때가 군데군데 배인 헤진 작업복에 낡은 신발에도 손에도 기름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습니다.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딸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된 아버지는 건물 아래층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서성대던 아버지가 문득 3층 학원 창가를 올려다봤을 때, 딸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딸은 아빠를 못본 척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삐죽 고개를 내미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빠는 딸이 초라한 아빠가 부끄러워서 그러는 줄 알고 우산을 학원 직원에게 맡겨두고 풀이 죽어서 가게로 돌아왔습니다...
한 달 뒤, 아빠는 딸의 미술학원에서 ‘우수 작품전시회’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딸이 부끄러워할 것만 같아 망설이던 그는 늦게서야 자신이 가진 제일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오랜만에 이발에 목욕까지 하고 부랴부랴 미술학원으로 갔습니다.

그림을 하나하나 훑어보던 아버지는 한 그림 앞에서 멈춰서서 우두커니 굳어 버렸습니다.
그림의 제목은 ‘우리 아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였습니다.
군데군데 기름때가 시커멓게 묻은 남루한 옷과 낡은 신발을 신은 한 초라한 남자가 처연한 모습으로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서있는 풍경이었습니다.
딸이 그린 그림에는 그 날 학원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아빠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그 날 딸은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아빠의 모습을 화폭에 담고 있었던 것입니다.
가슴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복받쳐 오르면서 갑자기 그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그림에 담고 가슴에 담은 그 그림은 그 전시회의 “최우수 대상작품”이었습니다.
장승처럼 선 채로 주름 투성의 두 눈에 그렁그렁한 눈물이 가득고여 어깨를 들먹이고 있는 그의 곁으로 어느새 살며시 다가온 딸이 아빠를 감싸안고 등을 토닥이며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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